<평등다지기 5호 2003. 2.>

[2002여성노동상담]

2002 여성노동자 이야기

서민자:: 여성노동센터 상담부장

2002년 민우회 여성노동상담은 전화, 인터넷, 방문의 방법으로 총 621건이었고, 전화상담이 369건으로 가장 많았다. 2000년 421건, 2001년 551건과 비교해 보면 매 년 꾸준히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 99년 만에도 281건(1월∼11월까지)과 비교해 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상담이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2년 총 상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체 상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229건(36.9%)인 직장내 성폭력 상담이다. 불과 4-5년 전의 한 해 상담량과 맞먹는 수치이다.
99년 직장내 성희롱 예방과 관련한 법 조항(사업주 처별, 가해자 징계,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등)이 마련되면서 대부분의 상담은 '성희롱을 당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은 '법적으로 신고가능한지',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등 이였다. 그리고 시행 4년이 지난 지금에도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대처방안 상담은 많은 부분을 차지하나 또 다른 축의 상담이 2002년에는 많이 있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해 왔던 가해자에 대해 사업주는 감봉 1개월로 징계를 하여,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부서에서 같이 근무하게 되어 행정기관에 문제제기를 하였으나 행정기관은 이미 징계 한 것으로 보고, 더 이상 법적 처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사례, 퇴근길에 같은 방향 이였던 직속 상사가 데려다 주겠다고 하면서 성희롱을 하였지만 업무와의 연관성이 없는 사적인 만남이라는 이유로 성희롱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사례, 전체 회식 후 2차 회식에서 일어난 성희롱을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사례 등이다.
얼마 전 노동부「2002년도 직장내 성희롱 신고사건 분석결과」보도자료에 의하면 노동부에 접수된 직장내 성희롱 사건은 전년 대비 91.7%가 증가하였다고 하나 직장내 성희롱 행위와 관련하여 제기된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25%만이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정되고, 75%가 불인정 되었다고 한다.
형식적인 수준에서의 법 적용은 성희롱 여부에 대한 판단, 가해자 징계 수위, 직장내 성희롱 해결 과정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으며, 결코 성희롱 예방을 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직장내 성희롱 상담은 여전히 많을 수밖에 없다. 성희롱 없는 일터가 되기 위해서 피해자 관점에서 직장내 성희롱을 해석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확보하는 것! 아주 커다란 산을 넘어야 하는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장비이다.

여성우선해고, 결혼·임신·출산 해고 등의 성차별적 해고와 관련된 상담은 85건으로 2002년 상반기에 소송 5년만에 내려진 농협중앙회의 사내부부 우선 해고의 법원 판결 전후로, IMF 당시의 사내부부 우선 해고자들의 상담 전화가 많았다. 판결의 씁쓸함과 답답함만큼 그에 대한 상담 역시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다 알고, 인정한 차별을 유일하게 사법부에서는 차별이 아니라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을 앞둔 여성에게 '결혼을 하면 업무에 소홀해진다'이유로 사직서 쓸 것을 종용하고, 출산 당일까지는 회사에 다닐 수는 있어도 출산휴가는 줄 수 없으니 사표를 쓰라고 하고, 결혼 퇴직 관행을 싸워서 없애 놓았더니 회사 간부급회의에서 출산휴가 들어간 여직원들에게 '사표받기'를 결의하는 사업장들 때문에 여전히 결혼,임신·출산 해고 관련한 상담은 2002년에도 성행하였다.

모성보호 및 직장과 가정의 양립지원 관련 상담은 68건(10.6%)로, 여성노동법 개정 투쟁이 있었던 2001년(13.2%)에 비해 감소되었으나 여전히 산전후휴가로 인한 임금, 휴가 축소, 해고 등의 불이익한 피해에 관한 상담이 많았다. 또한 임산부의 야간근로 절대 금지를 의무화하고 경이한 근로로의 전환에 대한 대체인력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 속에서 그에 따른 피해 상담도 제기되었다.

모집·고용상 성차별은 총 59건(모집채용 10, 임금차별 16, 승진배치 26, 업무분장 7)이였고, 임금차별은 2001년에 비해 늘었으나 성차별적인 의식으로 인한 인사고과의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나 해결이 어려워 법적 문제제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특히 임금, 승진차별의 문제는 관행적이고 차별적인 노동시장의 구조, 기업의 남성중심적인 문화 및 의식의 결과이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차별에 비해 판단의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승진차별을 법적으로 문제제기 했을 때, 여성들이 대부분 승진이 되지 않거나 소요연수가 남성에 비해 아주 긴 경우에 그것이 차별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기초적인 판단자료로 인사고과가 대부분 사용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이는 인사평점과 같은 수치가 실제로는 평점자(상사)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작성된다는 점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여성들이 인사평점이 아주 낮거나 관례적으로 남성들에 비해 몇 년 늦게 승진이 되어도 이것은 객관적 평가에 의해 타당한 결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승진차별에 대한 행정적, 법적 구제 절차를 밟는 것이 여성노동자에게는 무용지물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또한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고 문제제기를 한 후 회사로부터의 제2의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때문에 승진차별 문제에 대해 우선적으로 인사고과의 성차별성에 대해 인지해야 하고 차별기준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해결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또한 문제제기자들에 대한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보호방안을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차별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차단하게 될 것이다.

600여건이 넘는 상담을 간단히 정리하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변화지 않는 현실의 산은 많다'라는 고리는 건재하다. 몇 년째 증가하고 있는 폭언 폭행 상담에 대한 규제방안을 요구하여도 달라진 현실은 없고, 상담은 늘어나고..이 산을 넘고 나니 또 다른 산이 나타나는 꼴이다.
변한 것이 있다면 급격하고 뾰족하던 산이 완만해졌다는 것이라 믿는다. 수많은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함께 바꾸고자 했던 사람들의 힘으로!
2003년도 변화시키고자, 일하는 여성들이 헉헉대면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평평한 대지에서 고른 숨을 쉴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할 것들이 많은 해이다.

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
상담번호 : 736-7883/706-5050
민우회 온라인 상담실 http://counsel.womenlink.or.kr
2003년에도 민우회는 전화, 온라인, 방문 상담을 쭈~~~욱 받습니다!!
모집고용상의 성차별에서, 성차별적인 해고, 직장내 성폭력, 임금체불, 부당해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