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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의장]
군사주의와 여성
오성민:: 여성주의인권위원회
우리 위원회는 평소 잘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 안에 박혀있는 군사주의 문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상상외로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군사주의의 잔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나 흔히 썼던 D-DAY라는 말도 공격 개시일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고 짬밥(군대에서 먹는 밥)이니 각잡아라(자세를 바로 할 것)나, 혹은 잘 해보자라는 의미의 파이팅이란 말도 결국 싸우자는 의미가 아니었던가.
그만큼 군사주의의 손길은 매우 은밀하며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에 파고 들어 개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조정하고 지배이데올로기의 통제 속으로 들어가도록 길들이는 것, 즉 군사주의란 군대와 전쟁을 둘러싸고 내재된 이념으로 개인의 일상적 행동에서부터 사회적 가치체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문화적, 정치적 개념이다. 군사주의는 적을 필요로 한다. 전쟁과 군대가 성립되고, 존속되기 위해서는 '우리'와 다른, '타자'로서의 적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새로운 적의 창출과 군사비 증대 이면에 눈여겨볼 점은 군사주의의 메카니즘이 적을 만들고 적에 대한 증오심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인간을 폭력적으로 황폐케 만드는가 하는 점이다. 누가 우리의 편인지 누가 선하고 강한 존재인지를 밝히고 유포함으로써 적은 하나의 대상으로 비인간화된다. 나아가 적을 죽이는 행위를 애국심으로 정당화시킨다. 이런 이분법이 근거 없는 선입견과 깊어가는 차별을 양산한다.
그러면 군사주의가 혹은 그로 인한 전쟁이라는 것이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무엇인가?
우선 군사적 이원화로 인해 곤궁해지는 여성의 삶이다. 군사화는 남성에 대한 의존도를 강화시킨다. 여성은 전쟁 수행에 적합하지 않은 집단으로 제외됨에 따라 남성이 주요 국가방위의 주체자로서 자리매김된다. 반면 여성은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보좌하거나 보호받는 존재가 된다. 이런 이분법은 여성을 다시 이분화 하는데 남성들이 보호해야 할 '우리'의 좋은 여성이 있다면, 강간을 해도 좋고 물건처럼 다루어도 되는 나쁜 여성. 즉 '적'의 여성이나 매춘여성이 있다. 이런 전쟁과 군사주의가 여성의 성을 통제하기 때문에 성매매가 정당화된다. 또한 대량 살상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은 끝난 뒤에도 많은 피해를 남긴다.
중요한 것은 군사주의가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사회조직에 핏줄처럼 스며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며, 이에 대한 의식적인 자각에서 탈군사주의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나의 삶에서 우리의 삶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상의 삶에서 폭력성을 느끼고 그것을 폭력이라고 이름할 수 있는 예민함이다.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는 것이고 고통받는 약자에 대한 사회적 연대감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다름과 낯설음을 인정하자. 다름과 낯설음에서 오는 갈등을 역사는 '안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남성적 힘과 군사력으로 해결해왔다. 이제 다름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누군가를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다원적 사고와 행위양식이 필요한 때이다. 이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인권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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