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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기간제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정강자:: 민우회 공동대표
우리나라 중고생들의 장래 희망직업 1위는 교사다.(삼성경제연구소.2003)
이러한 교사가 되는 길은 몇 가지가 있다. 교육대학 혹은 사범대학을 졸업하거나 대학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하면 일단 교단에 설 수 있는 교원자격을 얻게 된다. 이때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자격기준이 되면 교육공무원법에 의해 임용이 된다. 교원 중에는 임용고시를 거쳐 채용된 정교사와 정규교사자격증만을 가진 계약제 교원인 기간제 교사가 있다.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는 정원 내에 임용된 교사들이다. 이 밖에 학교에는 산학겸임교사, 명예교사, 강사도 있다. 이들은 정규교사 자격증은 없으나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정원 외로 임용되는 비정규 교사들이다. 신분이 어떠하건 간에 이들 교원은 교육영역의 전문가 집단이다.
■ 기간제 교사는 누구인가?
정교사가 파견을 가거나 군복무, 출산휴가, 육아휴직, 교육연수 등의 이유로 휴직할 사유가 생겼을 때 필요한 임시적 대체인력이 바로 기간제 교사요, 시간강사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교사의 파견?휴직시의 대체인력보다는 교육노동시장의 변화에 의해 비정규 교사가 증가하고 있다. 위 표에서 2000년 통계에 주목해 보자. 이 해 들어 교사수가 크게 늘었다. 바로 제7차 교육과정이 시행된 해이다. 또 교원 정년 단축으로 많은 교사들이 퇴직한 해이기도 하다. 어쨌든 교육인력 측면에서 살펴보면 전문가 집단인 교사수가 갑자기 3만명 이상 늘었고 비정규 교원의 증가폭이 3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인가? 1998-2002년의 각 년도 통계추이는 비정규 교원의 증가가 교육노동시장의 일반적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목의 다양화로 교원인력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기간제 교사, 강사 등 계약제 교원이 확대될 것….'(국가인권위원회 청문회, 2003)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원정년 단축으로 인한 교원부족,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으로 줄이면서 늘어난 학급 수, 선택과목제 도입 등의 교육정책은 교원부족사태를 불러왔고 그 부족을 비정규 교사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 기간제 교사가 교육노동시장에 진입하고 퇴출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정교사가 각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일괄 시험을 치른 후 해당 학교에 배치되고 있는 반면, 기간제 교사는 인터넷 공고(학교/교육청)나 비공식적 연결망이라는 모집과정을 통해 각 학교별 채용이 이루어지며 임용권자는 학교장이다. 기간제 교사의 인건비는 국고에서 전액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공립, 사립학교 마찬가지다.
근로조건은 어떠한가? 계약기간은 1년 이내로 3년까지 연장 가능하며 신분은 임시직 교육공무원 / 사립학교 교원이다. 정교사와 같이 전일제로 근무하고 있으며, 정교사가 부족할 때는 담임도 맡게 되며 정교사의 잡무를 떠맡기도 한다. 임금은 '10호봉 한도 내'라는 상한선을 두고 있으며 경력교사의 경우에도 14호봉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교사는 대부분 30세 이전에 10호봉이 되고 최고호봉은 40호봉이다. 기간제 교사의 연령분포가 20대 48%, 3~40대 23.7%, 50대 이상이 18.5%인 점을 고려한다면 호봉제한은 차별을 심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또 연차휴가, 퇴직금지급, 재해보상, 공무원연금 가입 등은 모두 적용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간제 교사가 정교사로 임용될 경우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교육공무원법 제32조). 즉 국?공립 교사 채용시 교육전문가로서 정교사와 동일노동을 한 기간제 교사 경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상의 근로조건에 기간제 교사는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재계약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대부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 기간제 교사는 무엇을 소망하는가?
지금은 비정규 교사로 강단에 서있지만 정교사를 꿈꾸고 있다.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 진다'고 믿고 있고 비정규 교사의 경험이 올바른 교사의 길에 자양분이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교원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데 바쁜 시간을 쪼개고 있다.
문제는 정교사로의 전환의 길이 열려있어 개별적 노력의 결과로 임용고시에 합격한 뒤 정교사 발령을 받는다 하더라도 현 제도 아래서는 기간제 교사의 불만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 기간제 교사는 침묵하고 있는가?
지난해 몇몇 기간제 교사가 자신들의 처치를 개선하고자 차별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교사와 동일업무인데도 방학기간 중 급여를 주지 않고, 연차휴가를 인정하지 않으며, 퇴직금 미지급, 호봉 산정시 불이익을 받고 있으니 차별대우를 시정해 달라'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것이다.
피진정인은 학교장, 교육감, 인적자원부장관이었다. 이들의 반론을 들어보자. 해당학교장은 '교육감이 정한 지침에 따른 것으로 부당한 차별이 아니다', 교육감은 '지침에 따라 예산 등을 고려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임용권은 학교장에 위임된 사항이다', 교육인적부장관은 '감사원으로부터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아 원칙적으로 지급하지 않도록 하였고, 이후 감사원과 협의 지급하도록 하였으나, 각 시?도 교육청의 예산사항으로 강제할 사항은 아니다'고 주장하였다.
이 진정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부터 확인해 보자.
결정문의 핵심은 1. 이는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이며, 2. 해당학교장, 해당교육감,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 대해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지침을 개정하고, 3. 교육인적자원부는 철저히 관리?감독할 것을 권고하였다. 근거법으로는 헌법 제11조, 근로기준법 제34조 제1항, 제57조 제1항,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1항 등을 들고 있다.
그러면 쟁점이 된 사안을 따라가며 차별여부를 판단해 보자.
먼저 방학 중 임금지급에 관한 내용이다.
교사에게 방학은 재충전의 기간이다. 임용기간이 한 학기를 초과한 경우, 방학이 끝나고 재임용 계획이 있는 경우, 1년 이상 임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방학기간을 포함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방학을 이유로 임용하지 않았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로 보아야 한다.
다음은 퇴직금 문제이다.
퇴직금은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후불적 성격의 임금이다. 기간제 교사를 방학 중에는 임용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재임용하거나, 2회 연속 계약하는(1회 3월2일 ~ 8월31일, 2회 9월2일 ~ 다음해 2월28일) 것은 관행적으로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기 위한 행위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로 보아야 한다.
휴가는 어떤가?
기간제 교사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교육노동자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이 휴가를 제한하고 있다면 근로기준법(제00조, 제00조)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으므로 이 조항은 개정해야 하며, 기준없이 관행적으로 연?월차휴가를 주지 않았다면 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차별행위이다.
호봉제한과 경력불인정도 문제다.
예산절감을 이유로 호봉 상한선을 두고 있다면 동일노동에 대한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이다.
또한 교원자격증을 가지고 근무한 경력이 인정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기간제 교사의 진정은 위의 판단이 수용된다면 일단락 지어진다고 할 수 있다.
■ 이것만이 문제였는가?
교육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한다면 기간제 교사의 근로조건 개선 이전에 이 제도의 활용 방안이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할 필요는 없는가? 기간제 교사의 문제는 노동시장의 기간제 근로의 해법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한국비정규센터가 추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간제 고용은 약 1,097,000명) 그래서 노사정위원회에서도 노사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무엇을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할까? 근로기준법 제23조가 그 답이다.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에 충실하면 된다.
함께 생각해 보자. 1) 합리적 기간제 고용만 허용 2) 업무에 따른 최소기간 허용(최장 계약기간 1년, 단 1회에 한해 반복갱신 허용하되 최대허용 2년 3) 2년 초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간주 4)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자는 주장은 틀린 얘기가 아니지 않는가! 이 틀 속에서 기간제 교사의 문제도 함께 풀어 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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