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다지기 4호 2002. 12.>

[핫/이/슈]

제도는 취지에 맞게 실행되어야 한다!!

정형옥:: 여성노동센터 회원, 노무법인 고려 공인노무사

국가의 모성보호의 수준은 법률 자체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모성보호의 취지에 맞게 해당 법률이 시행되느냐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모성보호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법률이 취지에 맞게 현실에 적용·시행되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모성보호와 관련해 다양한 법제도가 존재하며 대표적으로 90일 동안의 유급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제도가 있다.
우리 나라도 법제도상으로는 어느 정도 모성보호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산전후휴가 급여수준의 문제와 육아휴직기간의 성격에 따른 연차휴가 등의 불이익에 관한 것이다. 이는 관련 법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노동부의 해석이 지나치게 협소한 것과 회사측이 이를 악용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진다.

산전후휴가급여 산정시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상여금 포함 여부의 문제

근로기준법상 산전후휴가를 유급으로 보장하는 이유는 출산한 여성근로자의 급여를 보전해 줌으로써 휴가 기간동안 생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임신·출산 등으로 인하여 소모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사업장의 규모, 근로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서 산전후휴가를 사용하는 여성에게 유급으로 하며, 사용자와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산전후휴가를 무급으로 하기로 합의하더라도 그 합의는 무효가 된다.
현행법상 산전후휴가 기간은 90일(산후 45일 보장)이며 90일 중 60일분의 임금은 사용자가, 30일분은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 사업주가 산전후휴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액은 최소한 60일분의 통상임금 이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산전후휴가를 사용한 근로자가 그 기간동안 지급받을 수 있는 급여는 자신의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통상임금이 산전후휴가와 관련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여부이다. 노동부는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시간급금액·일급금액·주급금액·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연장근로수당과 같이 사후적으로 근로한 정도에 따라 지급액이 변동되는 임금이 아닌 기본급과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수당과 같이 지급하기로 사전적으로 정해진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
이러한 통상임금 정의에 따른다면 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해진 상여금이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회사의 매출액 또는 근로자의 근무성적과는 상관없이 일정기간 근로한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고정적 상여금이라면(예를 들어 회사규정에 '상여금은 600%이고, 짝수달에 전근로자에게 지급한다'고 되어 있을 경우), 이는 근로의 대가로서 미리 지급하기로 합의된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통상임금의 산정기초가 되는 임금에 대해서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소정근로시간(또는 법정근로시간)에 대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기본급임금과 정기적·일률적으로 1임금산정기간에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고정급 임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노동부는 통상임금산정지침을 통해 취업규칙 등에 지급조건, 금액, 지급시기가 정해져 있거나 전 근로자에게 관례적으로 지급하여 사회통념상 근로자가 당연히 지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는 정기상여금이라 하더라도 통상임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부의 통상임금산정지침에 따르면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더라도 1개월을 초과하는 단위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라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관행상 기본급은 낮게 책정하고 각종 수당 및 1임금산정기간을 초과해 지급하는 상여금으로 임금을 보전하는 형태의 급여체계가 일반적인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위와 같은 노동부의 입장은 유급산전후휴가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즉, 대부분의 회사들이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지 않고 격월 또는 분기별로 지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이러한 상여금은 특별한 급여의 성격보다는 근로자의 통상적인 임금을 보전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정기상여금에 관한 노동부의 위와 같은 입장으로 인하여 격월 또는 분기별 상여금으로 임금을 보전받던 근로자들은 산전후휴가 휴가기간동안 통상의 임금수준에 미달하는 급여를 지급받게 된다.
통상임금은 정해진 정기적·일률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해진 임금을 의미한다고 볼 때 노동부가 우리 나라의 임금체계와 상여금 관련 관행을 무시하고 그 기간을 '1임금산정기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의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한 것으로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노동부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로 정한 바가 없는 한 통상임금이 산전후휴가 급여의 지급기준이라고 보고 있는데 위와 같은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해석은 산전후휴가를 사용하는 여성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며 모성보호라는 사회적 합의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시 연차휴가계산의 문제

연차휴가라 함은 사용자가 1년간 개근한 근로자에게는 10일, 9할 이상 출근한 자에 대하여는 8일의 유급휴가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근로기준법 및 동법시행령은 연차유급휴가 계산시 '소정근로일수의 개근 또는 그 출근율'을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서 '소정근로일'이라 함은 법령의 범위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하기로 정한 날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근로자와 사용자가 법령상 사전에 근로하기로 정할 수 없거나 또는 약정에 의하여 사전에 근로하지 않기로 한 날은 소정근로일수를 계산함에 있어서 이를 제외한다. 그러면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의 연차휴가를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현재 노동부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산전후휴가의 경우 법령상(근로기준법 제59조제4항) 그 기간을 출근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연차휴가 계산시 소정근로일수 계산에도 포함하고, 출근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A라는 근로자가 2002. 3. 1- 2002. 4. 30.까지 산전후휴가를 사용하였고 나머지 근로일에는 개근을 하였다면 이 근로자에 대해서는 10일의 연차휴가(1년 이상 근로하였을 경우 그에 대한 가산일을 포함해야 함)가 발생한다.
그러나 육아휴직의 경우는 특별한 사유로 인하여 근로제공의무가 정지되는 기간으로 보아 소정근로일수 계산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육아휴직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소정근로일수에 대한 출근율에 따라 산출된 일수에 당해 사업장의 총 소정근로일수에 대한 출근일수 비율을 곱하여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B라는 근로자가 2002. 3. 1- 2002. 8. 30. 까지 6개월간 육아휴직을 사용하였고 나머지 근로일에는 개근하였다면 이 근로자에 대해서는 10일× 출근일수(6개월)/소정근로일수(12개월) = 5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
이러한 행정해석은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서로 다른 법적 성격을 지닌 기간으로 보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이 근로여성의 모성보호라는 커다란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며, 최근 육아휴직을 유급화함에 따라 모성보호 비용의 사회분담화를 실현한 것을 볼 때 육아휴직의 성격을 산전후휴가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