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다지기 4호 2002. 12.>

[회/원/의/노/동/생/각]

성희롱 특급 호텔에 면죄부란 없다!!

장혜자:: 여성노동센터 회원, 고용평등노동법 연구위원회 여전사

얼마 전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 예방을 하지 못한 회사도 잘못이 있다는 판결이 있었다. 이는 호텔롯데 성희롱에 대한 민사소송 1심 판결의 내용이다. 회사 책임을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긴 하다. 그러나 판결문 내용을 보게 된다면 법원이 성희롱에 대해서 얼마나 협소하게 그리고 아직까지 구태의연한 남성중심적인 사고로 판단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호텔롯데에서 성희롱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비일비재했는지는 피해자의 수에서도 알 수 있다. 그 피해자는 270명에 달한다. 물론 우리나라 정서상 성희롱에 대해 언급한다는 거 자체가 힘든 고통인 점과 본인 당사자에게 닥쳐오는 피해를 감안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사람수를 감안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나마 270명의 성희롱피해자 중에서 회사의 끊임없는 압력에 시달려 230명이라는 인원이 중간에 소송을 취하했으며 나머지 40명 중 19명에 대해서는 소송이 기각되었다. 거대한 피해자 집단이 있는 이러한 회사와 가해자에 대해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음 주식회사 호텔롯데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서 그에 대한 문제점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호텔롯데 성희롱 사건 중에서 부서 회식으로 2차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이 기각된 사례가 있다.
판결문에서는 '사용자의 고용계약상의 보호의무가 미치는 범위 등에서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 행위뿐만 아니라 그 행위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상 그와 관련된 것에까지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직장 내 근무시간은 물론 회사가 그 비용을 지원한 공식적인 회식이나 야유회, 체육대회나 그밖에 객관적으로 이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회사의 임원 등 간부들이 공식적으로 주재하는 회식 등에까지 미친다 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업주의 지배.관리권이 미친다고 하기 어려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동료 직원들 간의 사사로운 모임이나 비공식적인 부서 내 회식에까지 미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1차 회식은 공식적인 회식자리이기 때문에 성희롱에 대해 회사 책임이 있으나 2차는 공식적인 회식이 아니라 동료직원들 간의 사사로운 모임이기에 성희롱에 대해 회사 책임이 없다는 말이다. 이 2차 회식은 노래방으로 갔고, 노래방에서 모계장은 블루스 음악을 계속 틀어 놓으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남자 직원들은 각자 여직원들을 1명씩 잡아 블루스를 추라며 멈칫거리는 여직원들을 직접 자리에서 끌어내 함께 블루스를 추도록 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회식자리의 비용이 회사에서 지급한 비용으로 마련된 것도 아니고 대표 이사 등 회사의 간부가 이를 직접 주재한 것도 아니며 단지 부서 자체로 마련한 비용으로 가진 부서 차원의 단순한 비공식 단합 모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회통념상 회식이라 함은 각 부서에서 비용을 마련하여 갖는 것이며 또한 회사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알기 때문에 부서 운영비라는 명목으로 비용마련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회식이 그러한 형태를 띄우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편협한 법 해석으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회사비용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부서에서 사용하는 부서 운영비는 회사에서 지급한 돈이 아니란 말인가? 분명 그러한 비용도 회사에서는 회계처리를 할 것인데 과연 그렇게 하면서도 회사비용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참으로 의문이 간다. 또한 부서별 회식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거기에 회사의 임원 등 간부들이 참석 할 수 있는 회식이 과연 전체 회식 중에서 몇 %나 있을는지 의심이 간다. 회식자리에서 문제발생시 해결하기 위해 임원들이 꼭 회식자리에 참석해야 한다는 법규를 만들어야 하는지..또한 우리가 회식이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것은 고용관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이기 때문에 회식자리에서의 성희롱도 직장내 성희롱을 보는 것이 아닌가?

호텔롯데의 경우 거의 모든 사례에서 회사에 대한 청구는 기각이 되었는데, 판결문에서는 밝힌 이유는 '호텔롯데 회사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가해자들의 언동이 그의 직무범위 내에 속하지 아니 함은 물론 외관상으로 보더라도 그의 직무권한 내의 행위와 밀접하여 직무행위로 보여지는 경우라고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피용자에 대하여 고용계약상의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가해자들의 성희롱 행위가 은밀하고 개인적으로 이루어졌고 위 원고로서도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여 피고 회사로서는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도 보여지지 아니하는 사건들에 있어, 이러한 경우에까지 사용자인 호텔롯데가 피해자에 대하여 고용계약상의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회사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직무행위는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나누어야 하는가? 그리고 성희롱 행위가 잘못인 줄 알면서도 공개적인 곳에서 하겠는가? 은밀한 곳에서 개인적으로 행해질 수밖에 없는 행위임에도 이를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는 성희롱자체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생활이라 함은 학교내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공부시간만 학교생활이 아니다. 쉬는 시간도 학교생활이다. 오히려 공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처럼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직무와 관련이 된 행위가 있고 또 되지 않는 행위를 나눈다는 자체가 또한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또한 직속상관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법원은 차별을 두었다. 하지만 현재는 직속상관이 아닐 수 있지만 인사이동을 통해 언제든 직속상관이 될 수도 있을 상황인데 꼭 현재 시점만을 가지고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

"퇴폐와 천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야유회를 가졌던 모영업 이사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는데, 이는 기가 막힐 수준이다. 이 야유회가 모영업 이사의 지시에 따라 퇴폐적인 내용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비록 참석하고 시상식도 하였지만 조를 편성하기만 하여 주었을 뿐 따로 장기자랑의 내용을 정하여 주지는 않았으며 조의 명칭이나 구호, 율동, 노래 등 장기자랑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해당 조의 조원들이 결정한 사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업이사는 어떤 사람인가? 이 영업이사가 오기 전에는 먹고 노래만 부르는 분위기였는데 98년 망년회 때 재미없으니 뭔가 보여 달라는 요청을 했던 사람으로서 이 영업이사가 주재하는 망년회에도 마찬가지로 성행위를 소재로 하는 게임 등이 행해졌으며 그 중 가장 노골적인 모습을 보여 준 팀에게 50만원 상당의 상품을 수여하였던 인물이다. 또한 여러 여직원에게 성희롱으로 피해청구대상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한 예로 임신한 여성에게 "이이쿠야 배가 보통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해 임신한 여성이 굴욕감을 느끼게 하였다. 이러한 사람이 500명이나 참석하는 야유회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 몰랐을까? 500명이 1박 2일의 일정으로 야유회를 한다면 미리 결제를 통해 흐름을 알았을 것이다. 설령 다 몰랐다고 하더라도 "퇴폐와 천박"이라는 주제 정도는 알았을 터인데 성희롱이 분명한 그러한 것을 주제를 묵인하였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롯데호텔 판결문을 읽어본다면 호텔 롯데에서 얼마나 일상적으로 비일비재하게 성희롱이 발생하였는지, 그래서 롯데호텔은 성희롱 특급 호텔임을 알 수 있다. 판결문을 읽는 동안 모임사람들은 소름이 끼쳤고, 롯데호텔 직장 문화 자체가 개판이라는 결론을 모임에서는 내렸다. 한 회사의 직장문화 일상적으로 성희롱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였음에 대해서 회사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판결문을 읽은 우리 모두의 결론은 이번 회사책임 인정이라는 부분이 매우 협소하고, 성희롱 공화국인 롯데호텔이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가 되기 위해서는 회사 책임이라는 부분이 확대 되어야 하고, 성희롱에 대한 올바른 이해 속에서 판결되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